누군가의 일터로 떠나는 산책이라니. 이곳에서 과연 머릿속 고민을 비우고 새로운 다짐을 채워오는 그런 산책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걱정은 잠시였을 뿐이다. R&D 연구단지라는 설명만으로는 결코 상상할 수 없을 다채로운 매력을 갖춘 이곳은 쉴 곳을 찾아다니는 도시 생활자에게는 그리웠던 낭만을 발견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WALK] LG사이언스파크로 떠난 산책길](/KR/fnc/download.php?file=6715fd66ee8af.png)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캠퍼스에 가보는 걸 좋아한다. 그 시절과 까마득히 멀어진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날들에 대한 그리움과 부러움이 절반, 그리고 열심히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에 대한 응원의 마음이 나머지 반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하지 않나. 캠퍼스의 낭만도 그런 듯하다. 웅장한 건물들 사이로 높이 자란 교목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다정한 길들도 수업에 가기 멀다는 이유로 원망할 때가 많았다. 봄이면 하얀 벚꽃비가 내리는 언덕도 오르기 힘들다고 투덜대고, 쌩쌩거리며 달리는 자동차로부터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는 넓은 보행로의 안락함에 고마워하는 법도 없었다. 그렇게 캠퍼스를 떠난 뒤 한참. 이제는 빌딩숲 사이에서 쉴 만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 찾아 나서는 도시 생활자가 되고 보니, 그 시절의 걸음걸음이 마음속에 깃든 평화의 스위치를 온오프(On-Off]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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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시작
LG사이언스파크
며칠을 연이어 내리던 비가 그치고 새파란 하늘이 드리운 주말 오전, 평일의 분주함이 살며시 빠져나간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국내 최대 R&D 연구단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총 22동의 건물로 구성된 LG사이언스파크의 첫인상은 마치 커다란 캠퍼스와 같았다. 평소 서울 도심에서 이 정도 규모의 단일 그룹사 부지를 보지 못했던 것은 물론, 각 계열사의 이름을 단 건물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모습 때문에 더욱 그런 인상을 받았던 것.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시너지를 발휘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한 공간이라고 하니, 과학으로 뭉친 거대한 하나의 지붕 아래서 8개의 연구기관이 만들어 내는 협력의 가치가 어떻게 발현될지 자연스레 기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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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휴식처가 되는 숲길
융합로
LG사이언스파크에서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빼어난 조경을 자랑하는 융합로다. 방해받는 것 없이 길게 쭉 뚫려 있어 보는 마음까지 시원해지는 융합로는 단지의 중앙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공공 보행 통로로 그 길이만 무려 750미터에 달한다. 이 길은 2만 5,000명의 임직원과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 속 소중한 휴식처가 되어 주는데, 그 이유는 바로 소나무 군락으로 조성되어 사계절 내내 푸른 녹음을 즐길 수 있기 때문.
서울 도심에서, 그것도 산이나 숲이 아닌 공간에서 이렇게 하늘 높이 솟은 소나무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산뜻한 감탄이 새어 나왔다. 늠름한 소나무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LG상록재단이 조성한 산림 명소 ‘화담숲’에서 조달한 것이라고. 경기도 광주 곤지암에 위치한 화담숲은 봄에는 벚꽃과 수선화,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으로 계절마다 고유한 매력을 뽐내는 수목원으로 평소에는 방문 예약조차 하기 어려운 곳인데, 그곳의 나무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운 산책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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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로를 걸으며 바라본 각 계열사의 건물들은 견고하고 단단한 스퀘어 형태로 서로 어우러지며 통일감을 느끼게 한다. 그 안정감이 좋지만 자칫 평평해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건 소나무를 비롯해 다양한 나무와 꽃, 풀들, 그리고 연못으로 조성된 조경 디자인이 각 건물의 틈을 메우며 역동적인 라인을 그려가는 모습이었다. 그 흐름을 따라 산책하는 걸음에도 율동감이 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 식물마다 팻말이 걸려 있는데,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니 식물 이름과 함께 QR 코드가 적혀 있다. 스마트폰으로 QR 코드를 간단히 촬영해 해당 식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그야말로 생태 학습장이 따로 없다. 여러 식물 중 하나를 골라 QR 코드를 찍어봤다. 철쭉의 한 종류인 성휘는 눈부실 정도로 색깔이 고운 품종으로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 사이에 개화한다고.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 이곳을 한 번 더 방문하고 싶은 이유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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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E7-E8동) 건물을 지나 짧은 횡단보도를 건너면, 오솔길이 빼꼼 고개를 내민다. LG생활건강(E10동)과 LG유플러스(E9동) 사이로 난 오솔길은 두세 명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법한 좁은 폭이지만, 그래서 더 운치 있는 숨겨진 명소다. 제멋대로 자란 풀과 꽃나무를 스치며 초록 내음을 양껏 들이키면 하루의 스트레스가 말끔히 풀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랄까.
모두에게 열린 공간
개방 로비
LG사이언스파크를 산책하다 보면, 개방 화장실이라는 푯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보통 회사 건물은 출입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1층 로비의 경우 외부인의 출입을 부분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마곡 지역을 대표하는 중심 연구단지이자 문화적 랜드마크인 LG사이언스파크가 지역 주민과의 상생과 편의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은연중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러니 산책 중에 화장실을 간단히 이용하거나, 잠시 뜨거운 햇볕을 피해 가고 싶을 때면 건물 안으로 살짝 발길을 옮겨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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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서 눈과 코를 맞대고 즐기는 생생한 조경도 좋지만, 쾌적한 실내에서 통창으로 즐기는 초록빛 뷰도 그에 못지않다. 창가 자리에 앉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니 빠듯한 생활로 인해 잊고 있던 계절감이 선연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러한 감각들이야말로 일상의 영감이 되고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들어 주는 힘이 아닐까. 혁신을 위한 몰입과 집중은 확 트인 환경에서의 깨어 있는 감각들이 차곡차곡 쌓여 밑바탕을 이루는 것일지도 모른다.
LG사이언스파크의 안팎을 찬찬히 살펴보니 R&D 연구단지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딱딱한 이미지가 단번에 지워졌다. 특히 어디에 눈을 둬도 한가득 들어오는 초록빛의 향연에는 자연 요소를 통해 연구원들의 사고를 말랑하게 하려는 의도가 들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순간에는 걷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산책이 뇌에 긍정적인 자극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자꾸만 걷고 싶은 길이 근처에 있는 그들이 내심 부러워졌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예술의 향연
LG아트센터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지하철 마곡나루역 방향을 바라보면, 정갈하게 가꿔진 나무들 사이로 조화롭게 자리한 LG아트센터 서울을 발견할 수 있다. LG아트센터는 ‘문화 예술의 창작과 교류를 통한 기업 이윤의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LG연암문화재단에서 LG그룹의 재정적 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 공연장으로, 2000년 개관 이래 줄곧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관객들을 만나다가 2022년 10월 마곡지구에 ‘LG아트센터 서울’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하게 된 것. 이전부터 수준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공연을 관람하는 것도 좋겠지만, 오늘은 산책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렇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하 3층, 지상 3층, 총 6개 층으로 이루어진 LG아트센터 서울의 공간을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예술적 경험을 충족시키고 영감을 얻기엔 부족함이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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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노출콘크리트로 극도의 단순하고 절제된 공간을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안도 다다오가 디자인한 LG아트센터 서울에는 놓쳐서는 안 될 투어 포인트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LG아트센터 서울의 시그니처 공간이자 건물을 가로로 관통하는 80미터 길이의 터널 ‘튜브(TUBE)’다. 15도로 기울어진 타원형의 공간 튜브는 독특한 생김새로부터 풍겨져 나오는 특유의 역동성으로 인해 마치 새로운 중력의 공간으로 들어선 느낌을 선사한다. 튜브는 LG아트센터 서울의 다양한 공간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곳을 오갈 때는 눈뿐만 아니라 코의 감각도 활짝 열어 두며 집중해 볼 것. LG아트센터에의 곳곳에서 은은하게 풍기는 시그니처 향 ‘향기 136’이 바로 튜브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했기 때문이다. ‘무한하고 새로운 세상으로의 이동’이라는 이 향의 의미를 떠올리며 튜브를 통과하고 나면, 오늘만큼은 일상의 제약으로부터 몇 걸음쯤 더 자유로워져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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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에서는 설치 미술도 만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바로 마곡나루역과 직접 연결되는 지하 2층부터 지하 1층 사이의 천장에 설치된 스튜디오 드리프트의 ‘메도우(MEADOW)’다. 메도우는 작품 그 자체가 움직이거나 움직이는 부분을 넣은 예술 작품을 뜻하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의 형식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과학기술과 예술이 만나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만든다. 시간 차를 두고 리듬감 있게 피어나는 스무 송이의 꽃은 화담숲에서 자라고 있는 토종 꽃 7종(미선나무, 진달래, 탐라산수국, 꽃창포, 남산제비꽃, 두메부추, 섬기린초)의 색상을 반영했다고 하니, 각 꽃의 색깔을 맞춰 보는 것도 작품을 재밌게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일 터. 메도우 외에도 튜브의 브릿지에 설치된 ‘포그 캐논’과 북측 입구에 설치된 이이남 작가의 대형 미디어 아트 ‘ARK 23.5’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작품들이다.
숨은 매력을 발견하는 즐거움
LG아트센터 서울의 히든 스팟
산책이 좋은 것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는 것. 만약 공연을 보러 왔다면 붐비는 인파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숨은 공간들을 찾아 나서는 것 역시 산책길에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 점에서 LG아트센터 서울에서 찾아낸 첫 번째 히든 공간은 바로 2층에 위치한 아트 라운지다. LG아트센터 서울의 설계 과정을 만날 수 있는 소규모 전시 공간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 스케치와 모형은 물론 건축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LG아트센터 서울 곳곳에 비치된 팸플릿을 펼치면 박해수 배우가 설명해 주는 건축 오디오 투어를 들을 수 있는 QR 코드가 있는데, 아트 라운지의 전시품들과 함께 오디오 투어를 들으면 각 장소의 매력을 더욱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공간에 대한 감동이 배가됨을 경험할 수 있을 것. 천창에서 스며든 빛이 드리운 안락한 소파까지, 눈과 귀에 담는 모든 것들에서 뜻밖의 여유를 맛볼 수 있었던 고요와 평화의 순간이었다. 참고로 아트 라운지에서 특별 전시가 진행되는 경우에는 건축 관련 전시 관람이 제한되니, 방문 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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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라운지에 이은 두 번째 히든 공간은 3층에 위치한 루프탑이다.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서면 서울식물원과 마곡지구의 전망이 한눈에 보이는데, 아파트나 고층 건물로 빼곡한 도심에서 푸른 녹지와 개성 있는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 눈과 마음에 오래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풍경이다. 루프탑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타원형의 공간은 LG SIGNATURE 홀의 상부장치가 숨어 있는 장소라고. 그 안에서 만족스러운 공연 연출을 위한 기술이 차근차근 수행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투박하게 보였던 원기둥에서 재미있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뿐만 아니라, 아트라운지로 빛을 전달하는 천창과 일부가 외부로 튀어나와 있는 내부 벽의 모양까지 만나고 나니,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루프탑이 그 어느 정원보다 넓게 느껴졌다.
눈과 입이 즐거워지는 시간
카페 라코펠라
2층에 자리한 카페 라코펠라(LA COPPELLA)는 커피(Coffee)와 이탈리아어 카펠라(Cappella)의 합성어로 언제 방문하더라도 변치 않는 가치를 추구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인 펠트 커피와 협업한다는 말에 아메리카노 한 잔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인기 메뉴인 바닐라빈 라테를 주문했다. 평소보다 많이 걸어서 살짝 지쳐있던 차에 라테를 먼저 한 모금 들이켰는데, 고소하고 달큼한 향이 입안에 퍼지는 순간 에너지 계기판이 다시 최고치로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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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아트센터 서울의 개방적인 구조 덕분에 라코펠라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동안에는 1층에 있는 것도 같고 3층에 있는 것도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라코펠라를 설계할 때 건물이 가진 공간 경험을 확장하도록 신경 썼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이처럼 건물 내부로 시선을 두면 수직으로 관통하며 공간을 감상할 수 있고, 반대로 외부로 시선을 돌리면 서울식물원 전경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테라스석에 앉으면 탁 트인 뷰가 커피 맛을 한층 더 돋워 주니, 날씨가 좋은 날이라면 주저 말고 야외에 자리를 잡아 보는 것도 좋겠다.
미래를 만나는 체험 공간
LG디스커버리랩 서울
수많은 과학기술 중에서도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인공지능이 아닐까. 대중매체를 통해 인공지능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온 요즘 세대에게 인공지능은 생활이자 일상의 한 부분이 됐다. LG아트센터 서울 1층을 둘러보면 알파벳 D 모양의 커다란 조형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곳이 바로 LG디스커버리랩 서울이다. LG디스커버리랩은 인공지능 기술이 변화시킬 미래의 모습을 청소년이 이해하고 자신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곳으로, 수십 년간 청소년 교육에서 공익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LG연암문화재단이 설립했다. 국내에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위치해 있으며, 교육청과 업무협약(MOU)을 맺어 청소년들의 인공지능 교육 체험을 지원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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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의 근간이 되는 공간 인지와 맵핑 기술과 관련된 ‘로봇지능’, 인공지능이 이미지와 영상을 학습하고 인식, 구분하는 과정을 살피는 ‘시각지능’, 방대한 양의 복잡한 글을 빠르게 읽고 답하는 기계독해의 원리를 배우고 체험하는 ‘언어지능’까지··· 성인인 나에게도 흥미롭고 신기한 교육 프로그램이 가득한데, 호기심이 왕성한 청소년들에게는 얼마나 유익하게 다가올까. 어릴 적 교과서 밖에서 만난 다양한 경험들이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들고 새로운 꿈의 씨앗을 키우게 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이곳의 역할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특히 LG디스커버리랩의 모든 프로그램들은 LG의 R&D 연구원들이 분야별로 교육 개발에 참여해 살아 있는 인공지능 교육을 제공한다는 것이 커다란 강점. 주중(월-금 9시부터 17시까지)에 온라인 사전 예약으로만 운영하는데, 2023년에만 약 1만 8,000명 정도의 인원이 방문했다고 하니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이 된다.
영감을 더하는 한 발자국
스페이스K 서울
단정하고 정직한 사각형 모양의 건물들 사이로 사선으로 잘린 단면이 단번에 눈길을 뺏는 스페이스K는 2011년에 설립된 코오롱 그룹의 문화예술 나눔 공간이다. 예술가의 전시 지원을 통해 창작력을 고취 시키고, 수준 높은 전시로 지역민들에게 예술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곡면으로 된 벽, 아치 형상의 개구부 등 스페이스K의 외관은 매우 특색 있는 모양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원 부지와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는 게 대단하다. 국내외의 덜 알려진 신진 작가나 재평가가 필요한 중견 작가에게 주목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예술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스페이스K는 바깥에서 건물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실내에서 바깥을 바라볼 때도 독특한 건축적 특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전시 기간에 맞춰 한번 방문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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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잠깐의 캠핑 타임
마곡 카페거리
서울 연남동에 연트럴파크가 있다면, 마곡에는 마트럴파크가 있다.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마곡역 사이, 스페이스K가 위치한 한다리 문화공원을 중심으로 녹지 공간이 길게 이어져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각양각색의 다양한 카페들이 줄지어 들어선 것. 가게마다 바깥에 한 방향으로 펼쳐 놓은 파라솔과 캠핑 의자가 바로 마곡 카페거리의 트레이드 마크로,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푸릇푸릇한 잔디 뒤로는 일렬로 자리한 LG사이언스파크 단지의 담백한 스카이라인이 펼쳐진다. 파라솔 아래에서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어가면, 마음을 괴롭히던 고민들도 바람을 따라 멀리 날아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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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산뜻해지는 보타닉 세상
서울식물원
LG사이언스파크로 떠난 산책길의 마지막 여정은 도시인들의 생태 감수성을 높이는 데 일조하며 서울의 대표적인 녹색 명소로 자리 잡은 서울식물원이다. 단순한 식물원이라기보다는 식물원과 공원을 결합한, 이른바 ‘보타닉 공원’으로 그 면적만해도 축구장 70개 크기에 달한다고. 열린숲, 주제원, 호수원, 습지원 등 크게는 총 4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주제원에 있는 온실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오목한 접시 모양으로 된 온실로 서울식물원의 시그니처인 셈인데, 온실 외에도 호수 공원이나 야외 정원이 잘 가꿔져 있어 한가롭게 걸으며 쉬기엔 더없이 좋다. 서울식물원의 다양한 스팟 중에서도 특히 추천하는 곳은 호수원의 수변가로다. 호수를 커다랗게 한 바퀴 둘러싸고 있는 산책로로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있어 서울식물원 전체 경관을 관찰하기 좋다. 호수의 중앙을 가로지는 다리에서 마곡나루역 방향을 바라보면, 반짝이는 물결 위로 LG사이언스파크 단지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뷰포인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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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원을 한 바퀴 돌아 서울식물원의 식물문화센터 입구에 다다르니, 온실 앞으로 거대한 민들레 조각이 눈에 보인다. 이는 조각가이자 설치미술가인 노동식 작가가 기증한 ‘민들레 홀씨되어’라는 작품으로, 어린 시절 길가에서 흔하게 피고 자라던 민들레 홀씨를 꺾어 불며, 그 날아가는 모습에 즐거워하던 옛 기억을 담아냈다고. 부모님 손을 잡고 식물원을 찾은 아이들을 보며, 그러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일이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마음도 잠깐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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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사이언스파크부터 LG아트센터 서울, 그리고 서울식물원까지. 단출한 걸음으로 과학, 예술, 자연을 모두 아울러 만끽하고 온 시간이었다. 무엇 하나가 도드라지기보다는, 이 모든 요소가 조화로워야 한다는 것. 산책하며 비워낸 마음에 새롭게 깨달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가는 뿌듯함까지. 마무리까지 완벽했던 그날의 산책.